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가장 많이 바꿔놓은 사건은?

이런 분들이 대답 못하는 질문

정답은? 아이폰 출시였습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최고 히트작이죠.
(저는 애플 제품을 구매하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으며 앱등이가 아님을 맹세해둡니다.)

스마트폰은 어떠한 저항도 받지 않고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빠른 속도로 말이죠.

이글루스 하는 분들 중에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는 분?
PC없이 살 수 있는 분? 인터넷 뱅킹없이 살 수 있는 분?

미국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초강대국 자리 유지하는 거
전부 IT 산업을 반독점해서 그런 거 아시죠?

정말 소수의 기업들을 제외하고 전세계에 경쟁상대가 없습니다.

애플 제품이야 대체재가 많으니 구매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P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석권, 인류의 모든 정보는 구글이 석권,
인터넷 뱅킹을 비롯해 온갖 전산 시스템의 핵심인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이 석권

2차 대전 이후로 미국은 미국의 전략을 너무나 훌륭히 수행했고 경쟁자가 없죠.


굳이 대한민국을, 사건은, 이라 표현한 건 일종의 낚시로,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두가지입니다.
1. 이 시대의 우리나라는 동적인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2. 한국을 바꾸는 것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범위를 20년 전으로 넓혀보자면 IMF 사태가 있겠지만, 그조차 동아시아 경제공황의 일부분이죠.


바로 이 관점이 제가 정치병환자 내지, 순화해서 선거만능주의자를 바보 취급하는 첫번째 이유가 되겠습니다.

2차 대전 이후로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한 건 전세계적인 자본과 기술의 협업이지
공산주의는(풋) 물론 아니고 나아가서 민주주의도 아니란 거죠.

세상에 자원을 많이 보유했거나 산업이 발달해서 잘사는 동네는 있어도,
민주주의가 발달해서 잘 사는 동네는 없습니다.
(과학적인 비교-대조군을 세워보십시오. 당신은 곧 놀랄 것입니다.)


인류를 식량 공급에 매달려야 하는 1차 산업에서 해방시킨 건 질소 비료와 품종 개량이고,
공산품을 모두가 값싸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 것은 컨베이어 벨트이고,
모든 분야에서 극도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도록 도운 것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입니다.

일찍이 노동계 저널리스트였던 토플러 할아버지가 괜히 산업을 중심으로 물결을 쓴 게 아니란 말이죠.
계급투쟁이니 정치니 복지니 하는 것들은 자본과 기술이 자아내는 하모니에 비하면 미미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살고 있으니 이 동네 정치에도 관심을 갖고 투표도 해야겠지만
거기에 모든 해답이 있는 것처럼 몰두하는 건 의미 있는 노동이나 즐거운 게임을 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죠.



두번째로 이 시대에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경기는 세계 경제에 종속되어 있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기업이라고는 삼성전자와 현기차밖에 없죠.

이 동네에서 세금 걷고 국채 찍어서 돈 푸는 일은 장기적으로, 결과적으로, 조삼모사밖에 안됩니다.
원금 유지라도 하면 다행이죠. 왜냐고요?

Public sector inefficiency claimed to cost £58.4bn
http://www.theguardian.com/business/2009/aug/23/public-sector-inefficiency-costs

이게 어느 동네요? 대처가 왕년에 칼질 좀 했다는 영국이요.
58.4 빌리언 파운드 이거 원화로 환산하면 100조입니다.

97년부터 10년간 영국 공공부문의 생산성은 3.4% 감소, 사적부문의 생산성은 27.9% 증가했으며
이 격차가 만들어 내는 연간 100조원의 낭비는 영국의 연간 부가가치세 전체, 혹은 소득세의 42%입니다.

아직도 뭔 소리냐고요?
세금 늘려서 세금으로 굴리는 정책을 만들면 각종 비리를 통해 사기꾼들 뱃속으로 들어간다고요.

공공부문이 많은 걸 해결하려는 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부정부패가 문제 아니냐?
이게 어디서 공산주의 성공하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ㅋㅋ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세번째로 민주주의 의심해본 적 없어요?

왕정 시대엔 반란이 성공하면 숙청이 이루어졌고, 현명한 왕이 통치를 하면 형편이 좋았습니다.

왕정은 무조건적인 악이 아니라 효율적인 통치를 위한 제도일 뿐이란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 세종대왕님을 비롯해 역사 속의 훌륭한 지도자들이 칭송 받는 것이죠.

그런데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통해 교체되는 권력이 얼마나 됩니까?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켜 안정성을 높인 대신, 선거가 이렇든 저렇든 변변한 일이 없죠.

대통령, 국회의원, 법조계, 재계, 금융계, 노동계, 공무원

이 수없이 분산된 권력을 차지할 사람들을 절반이라도 선인으로 채워넣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선한 사람들이 많으면 어떤 정치체제라도 성공합니다.

현실은 2014년도 WHO 범죄통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당 사기 1위, 횡령 2위에 빛나죠.
민주주의가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대가로 우리는 과거와 같은 혁명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시대의 권력은 모아도 모아도 전부 모을 수 없는 드래곤볼(?)과 같은 것이고,
그렇기에 정치제에 의한 혁명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에 의한 혁명이 더 중요한 겁니다.

그런 명백한 한계를 인지하고 있지 않고서야, 정치를 논하는게 무가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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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erviceindeed 2015/03/25 03:42 #

    유물론적 역사인식, 물질적 하부구조에 대한 사회적 상부구조의 종속, 정치체제에 대한 회의, 21세기 자본론에 공감하신다는 댓글도 있고 혹시 마르크스주의자이신가요?

    기술적인 발전이 사회변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인정하나 정치가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순 없죠.

    한국 국민들에겐 아이폰 출시가 중요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카슈미르 인들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인들에겐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지난 15년간 미국인들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사건은 무엇일까요? post 911이라는 용어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정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미국은 국방에 왜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그리스는 왜 저렇게 망해버린 걸까요? 스마트폰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미국의 기술발전은 미국자유주의에 그 기반을 두었다고 하면 논리적 비약일까요?

    역사의 진행은 단지 기술적 발전으로만, 경제적 체제변화로만, 정치적 변혁으로만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이번 10년간의 사건이 아이폰의 등장이라고 치죠. 그 전 10년간의 사건은 아마도 imf 사태일겁니다. 95년부터 85년간의 기간은요? 아마도 87년 6월 항쟁이겠죠. 85년부터 75년, 75년부터 65년, 65년부터 55년, 55년부터 45년....

    물론 어떤 시기에는 기술적 발전이 우리에게 가장 큰 변화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있죠.

    정치는 모든것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사람들이 투표를 하러가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에 큰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체로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에는 한국 대통령이 누가되건 모두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진 않게 느껴질 수도 있죠.

    만약에 투표를 한다고 세상이 크게 바뀔거 같으면 사람들은 실제로 투표를 하러 갈껍니다. 스코틀랜드를 보세요. 역사상 최고 투표율인 84.6%를 기록했습니다.

    정치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스코틀랜드인들을 영국인으로 남게 결정한 것, 우크라이나 인들로 하여금 서로 총을 겨누게 한 것, 그리고 한국의 모든 건장하고 젊은 남성으로 하여금 2년여간의 시간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소비하도록 한 것은 모두 정치였습니다.

  • 커터 2015/03/25 21:11 #

    진지한 비평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때로는 경쟁을 위해 규제를 풀고, 경쟁을 위해 규제를 만든다.
    전 시장경제주의자이자 리버럴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 세계관은 모든 개인은 이기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협력하는 세계지요.
    어떻게 이기심 간의 협력을 모색할 것인가, 를 간과하거나 (공산주의)
    사람들의 이기심 자체를 과소평가하는 제도와 정책은 실패한다고 간주하고요. (답도 없는 공짜와 퍼주기)

    운동권은 학을 뗐으면 뗐지 가까이한 적도 없는데 이게 유물론적 역사인식이라니 신기하군요.

    이 글이 정치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식으로 쓰여졌음은 저도 많이 찔리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글이 시작된 것부터가 자칭 시사평론가들이 선거에 대해 과장광고를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라서요.


    미국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자유주의가 무엇을 자유롭게 했는지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자유주의가 자유롭게 한 것은 자본과 기술과 욕심이고, 그 다음은 밀턴 프리드먼의 명연설이 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A3n1VFzIs

    또, 미국이 최근 벌인 정책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뭐였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의 양적완화죠.

    자본과 기술은 실패 역시 반복하기에 이를 보조할 권력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제가 기대하는 정치와 정부의 역할입니다.

    911은 질량이 큰 사건이긴 하지만, 운동량이 큰 사건은 아니죠.
    그 이후 중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전쟁은 걸프전 때와 딱히 다른 기조도 아니고요.


    이어서 제가 비판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과도한 신뢰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컨트롤하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죠.

    이 방식을 믿는 사람들의 가장 큰 맹점은, 많은 조세가 경제 전반에 가져오는 충격이 엄청나단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 소비성향이 역대 최고치인 77%에서 몇년 걸려 73%로 떨어졌다고 경기 안좋다 난리인데,
    소비성향이 가처분소득의 사용률임을 생각하면 조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금은 늘 필요악으로 여겨져야 하며, 중요치 않은 일까지 세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곧 실패로 이어지죠.

    특히 정부에 원하는 거 많은 분들이 한편으로는 맨날 욕하는 이 동네 정부에ㅋㅋㅋ
    그런 역량 없습니다.
    이건 정말 잘라서 말할 수 있습니다.

    PIGS의 파산이나 EU 전반이 독일을 제외하고 정체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러한 시도가 실패했을 때, 이를 커버할 산업적 역량이 충분했냐 아니냐하는 문제입니다.

    복지 좋아하는 분들이 유럽은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프랑스, 영국, 독일이 2% 성장을 못하고 유로존 전체는 1%에 머뭅니다.


    반면에 미국은 꾸준히 3% 가까이를 유지하다 작년에 5%를 찍었죠.
    서브프라임 사태에서의 회복을 알리는 축포가 되겠습니다.

    이것이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2008년 이후로 새롭게 세계를 점령한 미국 기업들만 떠올려 봐도 명백합니다.
    애플의 화려한 부활이나 페이스북의 세계점령 같은 것들 말이죠.

    미국이 국방을 중요시하고 세계의 경찰 노릇을 자처하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평화가 자유무역경제를 유지시키고, 그것은 곧 미국의 계속된 번영이기 때문입니다.

    이 신념은 2차대전 이후 식민지 해방에서부터 실현되었고, 지금의 미국을 탄생시켰습니다.
    또, 미국 이외의 국가들도 돈이라는 평화로운 수단으로 전쟁을 대신하는 윈윈관계이죠.


    흐름 상 끼워넣기 애매했던 것들은 이 아래로,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언급은..
    경제학이라는 링 위에 올라왔기에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매우 엉터리 같은 내용에 동의한다는 게 아닙니다.

    경제학이라는 게 변수와 변수들로 만들어진 모델이 올바르냐가 기본인데,
    지금 세상에 세계화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를 간과한 내용은 별 가치가 없죠.

    이미 전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21세기 자본론을 신나게 까댔기에,
    우리나라의 띠지에 쓰여진 홍보문구는 서머스가 21세기 자본론을 까기 위해 쓴 칼럼에서
    멍청한 대중들에게 영합했다는 의미의 '락스타처럼 등장했다'는 비꼬는 문구만을 잘라 만들어졌습니다.


    IMF 사태는 정부의 실패도 있지만, 본문에도 언급했듯 동남아 경제공황의 여파이고
    우리나라에서의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정부보단 기업에, 기업보단 은행에 있습니다.
    IMF 권고사항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따랐다면 지금의 비정규직 문제가 덜하긴 했겠지만요.


    말씀하신대로 투표가 중요해지는 순간도 분명 존재합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의 그런 순간은 아마 통일이 진지하게 논해질 때가 아닐까 싶네요.


    전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경제발전에 의한 자연적 결과라고 여깁니다.
    시민혁명은 왜 일어났는가? 부르주아 계층이 등장했기 때문에.
    농경사회부터의 수백년 역사가 빠르게 흘러가는 우리나라답죠.

    비유를 하자면 이런 겁니다.
    독립 운동가들이 목숨 걸고 독립 운동을 한 것은 물론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식민지의 해방은 연합군의 승리와 미국이 결정했다는 것 말이죠.

    심지어 6월 항쟁 이전의 경기가 좋았는가,
    삼김의 두명이 연달아 대통령을 할 때 경기가 좋았는가를 비교해보면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을 리는 없으므로 역시 한국 정부의 영향력은.. 이하생략합니다.
  • 백범 2015/04/02 09:45 #

    트롤러가 하나 따라붙었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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